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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에서부터 풋풋한 학원물의 느낌이 절로 나는 이 작품은 예상했던 대로 간질간질한 판타지 학원물이다. 제목에서도 작가의 어떤 장난기가 전해지는데. ‘여학교‘였던’ 학교‘라는 이 말장난은 작품 내내 묻어져 나온다. 작품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하자면, 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에서 3명의 남학생이 입학을 하면서 여학교는 여학교였던 학교가 되는 데. 이 안에서 남학생들을 사이에 둔 여학생과의 로맨스와 진정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마법 심사를 받는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풋풋한 남녀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간질간질한 로맨스를 펼쳐 나가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 ’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는 판타지라는 장르 위에 잘 포장된 학원물이라고 간략히 정리할 수 있겠다.

    우리가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기대하는 잘 짜인 플롯이나 미스터리한 사건, 화려한 마법 등을 이 작품에서 기대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몇 부작에 달하는 판타지 소설의 스케일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마법 능력 심사를 받기 위해 펼쳐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상당히 익숙한 편. 오합지졸, 얽히고설킨 마법 학교 학생들이 라이벌 학원 학생들과의 경쟁 이후 성장하게 되는 플롯은 여타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건 그보다도 개성 있는 문체와 코미디 장르가 아닐까 싶다. 흥미로운 부분은 작품에서의 작가 개입이다. 문체 중간 중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작가의 개입이 다른 어떤 소설보다도 자유로운 편이다. 마치 ‘무한도전’을 볼 때, 자막을 통해 PD나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은 농조가 작품 곳곳에 묻어나는데. 독특한 연출 자체는 흥미로운 부분이나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와 이야기의 연결고리 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개그 코드가 독자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거나 호흡을 끊기게 할 수 있다. 반면, 독창성의 부분에서 이 같은 비일상적인 개입과 전개가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힘을 주기도 한다.

    작품을 통해 개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의 작가를 엿볼 수 있는데. 시종 터져 나오는 말장난이나 다소 당황스러운 아재 개그. 각종 패러디까지. 웃기기를 작정한 코믹 코드에 시종 ‘훗’ 코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리아와 마론을 사이에 둔 주인공 친구들의 캐리가 작품의 코미디를 완성하는데, 물론 웃기지 않을 때도 있다. 그건 시종 개입된 작가도 마찬가지. 진지한 순간에서도 시종 비집고 터져 나오는 개그 코드는 간혹 피로감을 주기도 하는데, 명량하고 유쾌한 순정만화나 학원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신선한 작품일 수도 있겠다.

    마법이라는 소재에 현혹되어 어떤 거창한 것을 바란다면 역시 실망할 수도 있는 부분이 다분한데. 앞서 말했지만 이 작품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중점이라기보다는 판타지 세계로 옮긴 로맨스에 가깝다. 미스터리한 마법 소재를 둔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복선 따윈 개나 줘. 시종 즐겁게 웃어넘길 수 있는 단편, 단편들이 하나를 이룬 작품이다. 영화에는 킬링 타임용 작품이 있는 것처럼, 이 소설 역시 판타지(보다는)로맨스에 흥미를 둔 독자들이 가볍게 읽기 좋은 작품이다.

    말코 | 9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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