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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라면 한번쯤은, 아니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인생의 핑크빛 로맨스를 꿈 꿔 봤을 것이다. 매력적인 이성과의 황홀한 데이트, 그리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사랑. 간단하게 정리되는 소망이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마음에 쏙 드는 이성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 사람이 날 좋아할 확률도 희박하니까.

    이런 가혹한 현실이 주는 상실감은 대리 만족의 형태로 쉽게 나타난다. 로맨스 드라마가 여성들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그 이유고, 연애 소설 장르가 대중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은 것 역시 그렇다. 10대를 비롯하여 중장년층까지 그 팬층도 넓다.

    이러한 로맨스계(?)의 사정때문에 공급시장의 경쟁 역시 치열하다. 로맨스 웹소설은 셀 수 없이 많고 그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다른 연애 판타지보다 더 흥미로운 스토리가 필요하기에 다양한 상황 설정과 인물이 등장한다.

    지금 리뷰를 적고자 하는 '데스티노' 역시 이런 치열한 시장의 뛰어든 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흥미진진한 내용을 보여줄지 여타 장르보다 나는 더 기대 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른 소설들과의 차별화된 재미 요소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을 찾으라면 '남주인공의 거만한 행동' 정도.

    시종일관 거만하고 강압적이고 남주인공. 거기에 개연성과 어울리지 않은 행동을 범삼는 여주인공까지. 인물 행동의 개연성을 위해 많은 독백이 등장하지만, 개연성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설을 지루하게 만든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주인공의 생각까지 세세히 나열했기 때문에, 흡사 내가 독자가 아닌 파파라치가 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주인공의 작은 생각와 행동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지켜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주인공들의 '설명 불충분한', '맥락없는' 행동들은 나로써는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뿐 아니라, 소설을 통해 '나쁜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딜보나 나쁜 남자의 행태를 띠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박력있고 터프한데 이런 요소들이 주 독자층인 여성들에게 통할 것이라 생각한,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게 한 현사회가 애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후반부에 남주인공의 이러한 행동의 이유가 서술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행동들이 모두 납득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압적인 태도를 포장할 수는 없다. 해당 이슈가 현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이상 더욱 그러하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소설을 위해서, 더 아름다운 한 편의 글을 위해서 이제는 소설내에서도 사랑의 형태를 올바르게 정립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올바른 '로맨스'니까.

    여자를 벽에 몰아 붙이고, 강제로 입을 맞추고, 억지로 턱과 몸을 붙잡는 것이 더 이상 아름다운 것으로 미화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일기주방장 | 9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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