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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너에서 유저, 유저에서 엑스퍼트, 엑스퍼트에서 마스터...
상대의 힘이 점차 강력해질수록 주인공 또한 강력해진다.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을 저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몇년전까지 즐겼던 게임 와우가 생각난다. 소규모의 인원이 아닌 대규모 인원이 모여 하나의 몬스터를 때려잡는다는 점이 와우의 레이드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레이드물들을 보면 많은 작품들이 한명의 강력한 주인공으로 모든 적을 해결한다. 마치 투명드래곤과 같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인류의 위기가 이렇게 간단한 것이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두번사는 플레이어는 다르다.
그는 단순히 두번을 사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위기를 알기에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과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런 모습을 가장 크게 느낀것은 아마 일본에 나타난 제천대성을 레이드할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까지의 레이드물이 레이드라는 명목 아래 10명도 채 안되는 인원으로 싸웠다면, 이제는 전세계의 인원이 모여 인류의 재앙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생명도 있지만 한명의 희생도 없는 비현실적인 모습보다 오히려 현실적인 그 모습이 독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모든 이들이 행복한 해피엔딩을 얻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작품은 그렇지 않다. 장르소설계의 명작으로 불리는 해리포터 역시 시리우스 블랙과 스네이프 교수에게 죽음을 선사했고, 천만관객의 영화 괴물 역시 송강호의 딸이었던 고아성에게 죽음을 주었다. 때로는 작품을 위해 그 변곡점이 필요한데 죽음이란 그 대표적인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화려한 액션묘사 역시 레이드물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레이드물이 분명한데도 손짓 한번에 모든 적을 처치하고, 모두 내 말대로 해라 라고 지시하는 주인공보다 자신과 비슷한, 더 강한 상대를 상대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액션과 스릴이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 읽었던 서울역 네크로맨서 역시 작가님의 필력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액션의 쾌감을 얻을 수는 없었다. 모든 작품들이 제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듯 두번사는 플레이어에서는 치열함이라는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긴하다. 초반부의 진행이 천천히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후반부의 진행은 너무 빠르다. 비기너에서 유저, 유저에서 엑스퍼트로 가는 과정이 글의 절반을 차지했던 것에 비해 뒤로 갈수록 그 진행이 빨라져 결말이 나와버린 것이다. 최종보스의 처치 역시 앞선 레이드보스들에 비해 허무한 면이 없잖아 있다. 작품이 재미를 가지고 있었던만큼 글이 더 길어져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중간부터 뭔가 잔뜩 스킵된 느낌이랄까?
지나친 먼치킨이 아닌 성장형 주인공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이다. 문장구조나 단어의 사용에도 큰 거부감이 없이 읽히니 쉽게쉽게 볼 수 있는 좋은 유흥거리라 생각한다.만담꾼 | 94개월 전좋아요 3